생지옥이 되어가는 양극화 사회, 하늘나라 색을 입히자!
- didimausi
- 2023년 9월 14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3년 9월 15일

노선버스를 타고 삼선교를 지나다 차창을 통해 버스 정류장에 붙은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동물 VIP 병원이니 동물 VIP 수술실이 있다는 동물병원 광고문구가 유난히 내 눈에 띄었다. 애완견 동물들을 VIP 환자로 모시고 수술하겠다는 말에, ‘개판 세상’이군 하면서 나 혼자 고소(苦笑)를 금치 못했다. 강남의 어느 동물병원에서는 애완견의 피부 상처 치료비가 한 번에 24만 원이나 되고, 앞으로 애완견 시장이 수조 원 이상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이제 우리 사회가 정말 개판 같은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보화가 있는 곳에 네 마음도 있다는 성서 말씀대로, 이제 그 보화가 나의 이기심, 내 애완동물이 되어버렸는가. 그리하여 타인의 존재가 내게는 곧 생지옥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주 오래전 마더 테레사 수녀님이 미국 전역을 돌면서 모금 활동을 벌이면서, “여러분들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들에게 주는 사료나 치료비 중에서 수백 분의 일 만큼이나 나누어 준다면, 기아선상에 놓인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성체성사의 실천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면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라고 명령하셨다. 그 사랑의 명령을 미사 때마다 확인한다. 마더 테레사 수녀님은 허리로 꼬부라지도록 밭농사를 하듯이 기도하시며 가난한 이웃을 위해 당신 자신을 남김없이 헌신하셨다. 세상은 그분을 살아계실 때부터 성녀로 인정했다.
우리 사회는 무한 경쟁을 모토로 달려나갔지만, 결과는 상대적 빈곤의 심화와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타인이나 인간 자체에 대한 관심도 멀어지고, 오직 자신만 살아남는 각자도생만이 이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자기중심, 이기주의 연장이 인간보다 애완견을 VIP로 더 사랑하며 마음을 주는 세상이 되었나 보다. TV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을 스치듯 본 적이 있다. 개들은 베푼 만큼 인간에게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따른다. 그러니 어쩌면 배반을 일삼는 웬만한 인간보다 훌륭하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가끔 뭔가를 잘못한 사람에게 ‘개만도 못한 인간아!’ 하고 질책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개만도 못한 인간이 적지 않으니, 우리네 사는 세상이 개판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제목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언젠가 읽었던 소설에서 나오는 장면이 떠오른다. 한 나이 많은 한 창녀가 폐병에 걸려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렇게 몸은 계속 쇠약해지고, 심한 통증으로 고통받는 중에 희로애락을 같이하던 늙은 개가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 눈 뜨고 나니 그 개의 눈에 눈물도 고였는지 너무나도 슬프게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평생 자신들의 쾌락 도구로 기쁘게 해줄 때만 나를 좋아하던 못난 남성들보다 이 개가 더 낫다며, 그렇게 함께해 준 개를 가슴 뜨거운 심정으로 서로를 껴안고 하염없이 홍수 같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다. 사랑에로의 갈증을 드러낸 한 여인의 모습이 그렇게 떠올랐다.
사랑이신 예수님께서도 이 세상에 한 인간으로 오신 것은, 인간으로서 사랑의 완성을 보여주시려는 것이다. 그 모범에 따라 우리 인간도 예수 그리스도와 같이 사랑의 깊이를 더해야 자기완성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세상이 생지옥이 되었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그 생지옥 같은 세상도 나 자신이 만든 것으로 생각하면서, 가슴을 치며 ‘내 탓이요’라고 고백해야 한다.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양성우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모든 들풀과 꽃잎들과 진흙 속에서 숨어 사는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들은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신비하다
바람도 없는 어느 한 여름날
하늘을 가리우는 숲 그늘에 앉아보라
누구든지 나무들의 깊은 숨소리와 함께
무수한 초록 잎들이 쉬지 않고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이 순간에,
서 있거나 움직이거나 상관없이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오직 하나,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들은 무엇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천상병 시인은 시 ‘귀천’에서 잠시 소풍 나온 이 세상은 모든 것이 아름답다고 했다. 담배꽁초, 연기 속에 사라져 가는 것들일지라도 그는 사랑했다. 아름다운 세상에서 소풍을 마치고 하늘로 돌아갈 때, 즐겁고 기뻤고 행복했다는 시인은 이 세상에서부터 천국을 살았다. 그것은 사랑이 이룬 아름다운 세상, 놀라운 세상이 아닐까.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시편은 주님이 만드신 이 세상, 얼마나 놀랍고 아름다운지를 찬미한다. 그렇게 아름다운 세상, 이 세상에서부터 우리는 하늘나라를 살 수 있다. 오직 사랑만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
인간에게 사랑이 없다면, 우리는 털 달린 가장 위험한 대마귀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냐 베엘제불의 사랑이냐의 차이에 따라, 천사도 될 수 있고 악령도 될 수 있다. 인간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나 주위에 다른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기쁘고 즐거웠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있다. 사랑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인간이 성장해서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비인간화되어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없게 되면,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 되어버린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인생이 일장춘몽 같다고들 한다. 살아온 세월, 그렇게 지내놓고 보니 한밤의 꿈 같이 지나갔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이에게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날라왔다. 오랜 스승에게서 온 편지였다. 그 편지는 이렇게 끝났다고 한다. “슬아, 생이란 아흔아홉 겹 꿈의 한 꿈이니 부디 그 꿈에서 무심히 찬연하기를.”
인생을 오래 산 사람의 넋두리라도 좋다. 인생을 살면서, 악령들린 사람처럼 악몽만 꾸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고, 깨고 나니 허망하기 그지없다. 인생은 사랑만 하기에도 너무나 짧다. 꿈에서라도 천국의 인생을 산다면, 그 꿈이 깨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샤갈은 색채가 곧 사랑이라 했다. 인생은 하나의 무늬이다. 여러 사연과 역사가 모여 무늬를 이루고 거기에 색을 더해, 인생의 마지막에 그 무늬를 완성하면 기뻐한다. 영화 아메리칸 퀼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색깔을 본 체험이 없어서 꿈을 꾸어도 흑백 꿈밖에 꿀 수 없다고 한다. 그런 시각장애인의 고백을 듣고서 이런 묵상을 했다. 그래, 살아 깨어 있을 때 내 영혼의 색을 아름답게 칠해 놓지 않는다면, 꿈속에서조차 흑백의 꿈만 꿀 것이 아닌가.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 천국의 색을 입히는 삶, 내 영혼을 샤갈의 그림처럼 사랑의 색으로 입히면서 살아야겠다. 우선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사랑하고 영혼에 색을 더하자.
새벽밥
김승희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그렇게 사랑이 무르익고, 뜸이 들어야 사랑하는 이에게 밥이 될 수 있다. 그런 마음이 바로 성체성사의 마음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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