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제안 - 통일조국의 대한국인상으로서 안중근과 김대건
- didimausi
- 2023년 8월 31일
- 4분 분량

민족 분단의 시절, 70년을 넘어 80년을 향하고 있다. 이 분단의 시대를 보내며, 우리 마음에도 38선이 그어졌고, 남의 국민과 북의 인민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남과 북이 화해와 일치를 이루어 통일된 조국을 향해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에 통일된 조국의 대한국인상을 청년 안중근과 청년 김대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제안이다! 민족 분단의 원죄를 지은 세대로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제안을 한다. 남과 북의 민중의 마음에 38선을 그어놓은 원죄의 유전자를 우리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게 할 수는 없다는 안타까운 생각에서 이 글을 쓴다. 어째도 민족 분단의 한은 풀어야 할 것이다.
2019년은 안중근 의사 이등박문 척살 110주년, 3·1혁명 100주년을 보낸 뒤, 2021년 김대건 사제 탄생 200주년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되었음을 보았다. 이를 통해 나는 우리 민족의 얼과 통일된 국민정신의 모범으로서 김대건 사제와 안중근 의사를 상기하며, 3·1혁명의 자주적 평화정신과 널리 인간을 사랑하는 홍익인간의 대한국인상을 이 두 분에게서 보고 있다.
우선,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는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누워 있는 조선의 백성들에게 그리스도 복음의 진리와 빛으로 깨어 일으켜 세우셨다. 김대건 사제는 당신이 ‘벗’으로 칭한 조선의 민족, 백성을 위하여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내어놓으며 그 진리를 증거하였다. 김대건 사제의 신앙과 정신, 순교 자체는 우리 한국교회의 정체성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또한 김대건 사제의 이 같은 민족애와 신앙을 그대로 이어받은 도마 안중근 의사 역시 복음의 진리와 벗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바친 사랑의 순교자이다. 따라서 1919년 3월 1일부터 안중근 의사의 의거까지 벌어진 일련 혁명적 사건도 김대건 사제의 희생과 순교 정신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1945년 9월 9일 조선 총독부 사무실에서 패전국 대표 일본 육군 대장 아베 노부유끼는 “보라! 실로 조선은 위대했고 찬란했지만 결국 우리가 36년간 심어 놓은 식민지 교육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끼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심어진 식민지 노예 교육의 잔재가 우리의 미래 세대들을 가로막는 한 진정한 해방은 없다는 말이다.
우리 시대의 지성인 김누리 교수가 말하는 독일의 사례는 동북아 평화공동체 실현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일본의 ‘청산되지 않은 과거’가 동북아 지역 갈등의 역사적 기원을 이루고, 남북대치로 인한 한반도의 분단 현실이 동북아를 지리적으로 갈라놓고 있으며, 미래 중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주변국들의 불안이 동북아에 내적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바로 이 세 가지 문제, 곧 과거 청산, 분단, 패권주의의 문제를 한꺼번에 풀어낸 지구상 유일한 나라가 바로 독일이라고 소개한다. 과거 나치즘 ‘패권국가 독일’에 대한 주변국들의 불안을 성공적으로 불식함으로써 유럽연합 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독일 현대사는 동북아 평화공동체 구축을 위한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할만하다고 말한다. 독일은 ‘복지국가 대한민국’, ‘통일 한반도’, ‘동북아 평화공동체’의 실현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눈여겨보아야 할 나라라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안중근의 동양평화론도 깊이 살펴보아야 한다.
분단 독일이 통일을 이룬 데는 물론 독일 정치지도자들의 정치 능력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동서독 국민은 성서가 말하는 복음적 진리를 알고 있었다고 본다. 그들은 같은 뿌리에서 같은 미래를 보았다. 우리에게도 분단극복, 민족통일을 위한 정신적 바탕이 필요한데, 나는 그것을 김대건 사제와 안중근 의사에게서 본다. 현실적 휴전선과 우리 마음의 삼팔선을 지우는 출발점으로서 통일된 대한국인상을 만들어야 한다. 심지어 우리 마음에 그어진 삼팔선은 일상생활에서도 나타난다. 6·25를 경험한 세대는 분열, 분단의 트라우마가 있다. 그리하여 자기 생각과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마치 부모를 죽인 철천지원수 빨갱이라고 매도하면서 분열의 시대를 살아간다. 게다가 오늘날은 대통령부터 철 지난 이념을 끌고 들어와 국민통합은 고사하고, ‘공산전체주의’라는 말로 국민과 전쟁을 치르려 하지 않는가. 이는 분단과 분열의 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 기름을 붓는 언행이다.
우리에게는 아쉽게도 민족통일을 향한 독일과 같은 성서적, 정치적, 역사적 경험이 없다. 이제 분단 백 년을 넘기기 전에, 우리 분단의 세대가 결자해지 차원에 통일 조국의 바탕을 만들고 민족의 하나됨을 실현해야 한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에게 있어서 최고에 영예로운 행위는 조국을 위해 구체적인 큰일을 남기는 것’이라 했다. 이제 우리 분단세대가 무엇이든 해야 한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시대, 민족 분단의 한 세기 문턱을 넘어야 할 우리 민족에게 홍익인간이라는 건국 이념과 복음 정신의 진리를 몸으로 체화했던 인물, 그것도 자신의 생명을 다 바쳐서 민족정기와 얼을 찾자는 김대건 사제와 안중근 의사야말로 대한국인상의 모범이 될 것이다. 이 두 분을 바탕으로 민족과 백성을 사랑하는 민족애와 복음의 진리를 증거하는 신앙을 종합하여 남북의 평화공존과 통일조국의 틀을 만들어, 역사 과업을 이루어 나가자.
그러한 통일조국의 대한국인상은 안중근 의사가 강조하는 주체적이며 자주적으로 행동하는 자주평화통일의 국민을 길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김대건 사제나 안중근 의사를 통일된 대한국인상으로 부각시키고 길러내는 인성 교육이 가장 우선적으로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김누리는 교수는 ‘거대위기의 시대’ 한국의 교육문제에 있어 대전환을 촉구하면서, 독일교육의 모델을 소개한다. 칼럼이나 강연을 통해 그는 독일통일에 바탕이 되었던 것은 복음을 전하는 성서의 정신, 게르만 민족의 합리성 그리고 지도자의 정치력을 들고 있다. 무한경쟁사회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소위 ‘의대블랙홀’에 빠져있다. 공동체의식은 사라지고, 자신의 이익과 안위만 중요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몇 년 전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어쩌면 한국 사회만이 제작가능한 특수한 환경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치의 파시즘을 경험한 독일은 인간존엄을 헌법 1조에 이렇게 명시해 두었다. “인간의 존엄은 침해되지 아니한다. 모든 국가권력은 이를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지닌다.” 사람이 중심이고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중시한다는 말이겠다. 독일은 이익사회가 아닌 공동체사회를 지향하는 교육관도 이 헌법에 기초해 있다.
우리 한국사회의 교육도 이기와 탐욕이 아닌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육관을 정립할 때이다. 오늘 한국사회가 극한의 사회로, 곧 극한대립, 무한경쟁,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상실한 비인간화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 살아남는 각자도생의 사회는 극도의 피로사회가 되어버렸고, 민족공동체는 물론 일상의 공동체도 파괴되어가고 있다. 대학입시, 대학의 서열화는 학생들을 경쟁의 희생제물로 만들었다.
김대건 사제나 안중근 의사는 죽음을 통해 생명을 만들었다. 즉 사즉생(死則生) 정신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날로 세계 최고령화 국가로 되어가는 대한민국, 인구절벽 나락으로 떨어지는 대한민국, 자신만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경쟁 속에서 비인간적 범죄가 판치는 정글사회 속에서 우리의 미래는 없다. 죽음과 파멸이 우리의 미래일 수는 없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인간이 인간다워야 사람’이라고 가르치셨다. 단순한 가르침이지만 너무나 명확하다. 그것은 인간 존엄, 인간성 회복을 말씀하시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실현을 위해서도 통일된 대한국인상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구체적으로 이를 위한 전문 교사 양성과 교육기관도 필요할 것이다.
암울한 일제강점기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희생으로 인해 우리 조국은 부활의 빛을 보았다. 하지만, 민족 해방 후 이 나라의 지도자들, 역대 대통령들을 보라! 국민은 그들의 정권욕의 희생제물로 전락했고, 마침내 군부독재를 넘어 검찰독재의 시대를 살고 있다. 독재의 시대는 남북화해와 민족통일을 요원하기만 하다. 구시대 이념대결의 장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야만의 사회를 살아가기에, 그리하여 더욱 절실히 통일조국의 대한국인상을 그려본다. 김대건, 안중근과 같은 사랑의 순교자가 절실한 세상이 되었다.
나라의 운명은 오로지 다음 청년 세대에 달렸다. 열정과 용기로 불타오르던 민족애와 조국애의 화신이었던 청년 안중근과 청년 김대건의 얼과 정신이, 오늘 우리 젊은 세대에 깊이 뿌리 내리길 간절히 기도한다. 역사의 이 두 청년에게서 통일조국의 대한국인상을 보기 때문이다. 우리 신앙의 모범이자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김대건, 안중근과 비슷한 청년의 나이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더욱 깊이 묵상을 하게 된다.
참된 인간의 삶,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자신의 몸을 던져 조국과 민족을 사랑했던 청년 김대건, 청년 안중근이야말로 통일된 대한국인상의 사상적 토대와 지향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분단의 원죄를 지니고 사는 세대로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묵상하고 제안한다.
천상 에덴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참된 인간성을 다시 찾아주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여! 자신의 몸을 던져 인간 사랑, 하느님 사람의 모범을 보여주신 예수 그리스도여! 예수님의 모범을 쫓아 자신의 생명까지 던져 우리에게 앞길을 제시해준 청년 김대건 사제와 안중근 의사에게서 통일된 대한국인상을 찾게 하소서. 그 모범에 따라 진리의 성령으로 거듭 새로 태어나게 하소서. 그리하여 벗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어놓는 사랑의 성체성사 신비를 깨닫게 하소서. 그 사랑의 신비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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