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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을 다 팔아

최종 수정일: 2023년 2월 8일


틴토레토, 천국의 영광(Glory of Paradise, Gloria del Paradiso, 1588-92년)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또 하늘 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마태 13,44-46)

자기가 가진 것을 다 팔아 밭에 묻힌 보물을 사는 것과 같은 하늘 나라. 하늘 나라를 찾는 사람은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는 말씀. 성경의 이 비유 말씀을 읽다보면 백성호 신부님이 떠오르는 전해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느 스님이 마을 입구에 이르러 정자나무 아래서 하룻밤을 지내려는데, 어떤 사람이 헐레벌떡 달려와서 말했습니다.

“보석, 보석, 그 보석을 제게 주십시오.”

“그 보석이라니요?”

“간밤에 부처님이 꿈에 나타나서는 해 질 무렵 동구 밖에 가면 어떤 스님이 저에게 값진 보물을 줄텐데, 그 보물로 저는 영원히 부자가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스님은 보따리를 뒤지더니 선뜻 그 보석을 주면서 말했습니다. “아마 이걸 겁니다. 며칠 전에 숲속 오솔길에서 주웠는데 원한다면 가져도 좋습니다.” 그 마을 사람은 보석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주먹만큼이나 큰 다이아몬드였습니다.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밤새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한잠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튿날 새벽에 첫닭 우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그는 달려가서 스님을 깨우고는 말했습니다. “스님, 스님이 저에게 주신 이 다이아몬드는 도로 가지시고, 스님이 다이아몬드를 그처럼 서슴없이 줄 수 있도록 만든 그 보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복음은 하느님 나라가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가장 값진 보물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전쟁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밭에다 보물을 숨겨 두고 피난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피난 간 사람이 죽을 경우 보물단지는 그대로 숨겨져 있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가난한 소작인이 남의 밭을 갈다가 우연히 보물단지를 발견합니다. 그는 기쁨에 넘쳐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삽니다. 하느님 나라의 진가를 알아 본 사람은 누구나 그 소작인처럼 지혜롭게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솔로몬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즉시 지혜를 생각할 만큼 성서에서 전합니다. 따라서 신앙인으로서 지혜로운 사람은 사물과 인간과 하느님과의 관계를 제대로 적절하게 관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솔로몬이 뛰어나게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지혜가 기도로써 얻은 하느님의 선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은 하느님께 부귀영화나 장수를 청하지 않고 하느님의 백성을 잘 다스리도록 ‘듣는 마음’(1열왕 3,9)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바로 솔로몬의 지혜는 ‘귀담아들을 줄 아는 마음’입니다. 이어서 나오는 두 여인의 재판,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소송 사건에서 솔로몬은 마음으로 듣는 지혜를 보여줍니다.

솔로몬이 하느님께 청했던 듣는 마음으로 나날의 평범한 생활 속에서 들려오는 하느님의 음성을 알아들음으로써 우리도 하느님 나라를 가장 값진 보물로 여기면서 하느님 나라를 살아 나아가는 지혜를 반드시 간구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교회가 하느님 나라의 시작이라는 것을 신앙으로 믿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아서는 옆에 있는 밭보다 마음 끌리는 게 없는 교회가 사실은 가장 값비싼 보물을 발견하게 될 밭이라는 것도 우리 신앙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모든 보물 중에 가장 귀중한 것으로 여길 때 비로소 우리는 하느님 나라와 바꾸기 위해 모든 것을 내어 줄 수 있게 되고, 또 그것을 기쁘게 여기게 됩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잃는다 해도 하느님 나라를 잃는 것만큼 큰 손실은 없습니다. 가치로 볼 때 그리스도와 하느님 나라에 비길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선뜻 잡지 못하는 것은 힘과 명예와 재물에 대한 애착 때문입니다. 이것들을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물로 여기기 때문에 이것들을 놓칠까 봐 두려워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분명 복음 말씀처럼 모든 것을 포기할 때만이 얻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 가지고 싶은 모든 것이 하느님 나라와 반대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옳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그것 때문에 처신을 잘 못 할 수도 있습니다.

힘과 명예와 재물은 하느님의 축복이 틀림없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에 집착하다 보면 자연히 하느님을 멀리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가장 나쁜 것으로 되고 맙니다. 하느님 나라를 가장 값진 보물로 선택할 때 우리도 솔로몬처럼 옳은 것을 가려내는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를 가장 값진 보물로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 밭에 묻힌 하느님 나라 사는 보물을 보고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그 밭을 사서 하느님 나라를 이 세상에서도 살아나아가는 참된 행복과 자기 영혼을 구원하십시다. 항상 자기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하느님 나라를 살 수 있는 그 값진 진주 하나를 살 수 있는 하느님 나라 사는 지혜와 삶의 방식을 항상 간구하십니다.

복자 황일광님께서는 자기는 이 세상에서부터 사는 하느님 나라와 죽어서 사는 하느님 나라가 항상 똑같으므로 자기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목숨까지도 기꺼이 하느님 나라 사는 것을 위하여 바치시겠다고 기꺼이 순교하신 것입니다. 어차피 우리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어떤 순간만을 기다린다거나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들도 함께 가지고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훨씬 더 좋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보물이 감추어져 있는 밭을 알고서도 그 밭을 사기 위해 가진 것을 다 팔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자 최일광님께서는 이미 이 세상에서 살아계실 때부터 하느님께 계신 나라를 살아나아가고 계시기 때문에 살고 그 하느님 나라 사는 방식대로 순교를 자연스럽게 천상 하느님 나라의 탄생일로 부활하여 탄생하실 수 있으셨다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이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살아나아간다는 것도 세 가지 삶의 방식으로 그 현실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저 하느님과 자기 자신만 이 세상 사는 보물과 진주 같이 자기 자신만이 하느님 나라 사는 생활능력으로 자기 자신 것을 움켜쥐고 마치 동물의 생존 방식대로만 사는 방식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자기 자신과 다른 이들과 하느님과 삼위일체 사랑의 공동체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살아나아가는 방식입니다. 또 다른 보다 값진 것은 역사적 인물 예수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서 살아나아가신 그 하느님 나라를 살아내는 방식입니다. 오늘 비유에서 첫 번째 자기가 가진 것으로만 사는 하느님 나라를 살아나아가는 방식일뿐만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더 값진 보석과 진주를 찾는 사람처럼, 예수님이 살아가신 그 하느님 나라를 살아나아가는 것이 우리 신앙생활의 정체성입니다.

사람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보다 귀중한 것이 또 어디 있습니까? 이 세상 그 무엇을 주고라도 제 목숨을 다시 살 수 있단 말입니까? 그 목숨을 영원히 살리는 길은,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살아나아가는 것인데, 자신의 것을 다 팔아 그 좋은 것을 택하는 솔로몬의 삶의 지혜를 청합니다. 항상 그렇게 기도하면서 이 세상에서부터 하느님 나라를 살아나아가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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